히로시마입니까? 네, 히로시마입니다.
그렇다면 이는 엔드릭스 라이브 후기입니까? 아니요, 그렇진 않습니다.
이번 라이브에 대해 전혀 계획이 없었다가, 히로시마 26일이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
었다. 휴일이 언제인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옆자리에 계신분이 알려주셔서 정신이 번뜩 들었음.
그렇다보니 일정을 확인하자마자 비행기부터 예약했고(3월19일에 예약) 호텔도 서둘러 예약했
었다.
토요일 아침7시쯤 공항 리무진을 타고 출발. 비 바람이 심해서 이륙이나 할까 걱정했는데, 인천
날씨는 의외로 조용해서 괜찮았다. 무튼 서둘러 티켓팅을 끝냈는데 마침 그때 연락온 B 님.T_T
일단 먼저 들어가있을테니 면세점쪽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하고 난 나대로 돌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후 9시, 드디어 B 님과 만남. 지난번 엔드리 디비디 소식이 떴던 날 이후 처음이니 무
척 오랜만이긴 했다.
예정보다 이른 11시쯤 히로시마 공항에 도착. 호텔에 가방을 맡기고 나니 1시 되기 조금 전이었
다. B 님이나 나나 1박 2일 일정이라 딱히 뭔가 구체적 스케줄을 뽑은 것도 아니고 라이브 시간
까지 5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고, 여러모로 미묘한 상태. 그래서 히로시마 시내를 구경할 것인가
아니면 미야지마로 갈 것인가 고민했는데 결국은 미야지마로 결정.(내가 좀 들이댔음.;) 히로시
마역에서 JR로 25분이면 미야지마역까지 갈 수 있다고 해서 전차(1시간 걸림)대신 그쪽을 택했
다. (비용은 JR 400엔/ 전차 270엔)
미야지마 역에 도착해선 바로 선착장으로 이동했다. 시간마다 4번 정도 배가 출발하는데, 전철
시간이랑 얼추 맞춰 운행하는 것 같기도 했다. 무튼 연락선을 타고 드디어 출발. 얼마되지 않아
붉은 오도리이가 눈에 띄었다. 솔직히, 그렇게 가까운 거리인줄 몰랐기 때문에 저쪽 멀리 산을
본다거나 선착장 바라보고 있었는데 B님께서 '저기..보이네요'라고 해서 촘 황당했음. 아놔. 넘
가깝잖아!
이제 슬슬 제대로 된 구경을 해볼까 싶어 걸어가는데, 어랏. 사슴이... 사슴이.. 아니, 꼭 이렇게
빨리 안 보여도 되는데, 왜 벌써부터 여기...아아.. 사슴들아. T_T (강아지 빼고 좋아하는 게 별
로 없음)쯔욧상은 토크 때도 미야지마 사슴과 나라 사슴 이야기로 즐거워 했지만, 난 품격도 점
프력도 둘다 부담스럽거등요. T_T 일단 무섭.
이츠쿠시마 신사로 가는 길에 상점가를 구경하며 이동했다. 언제나 그렇듯 이런 곳엔 간식거리
가게도 많고, 기념품 가게도 많아서 눈이 무척 즐겁다능. 게다가 저런 장식물 늠 귀엽쟈나! : )
상점가에서 눈에 들어온 부분은 사실 저기 위쪽이었다. 빛을 막으려는 의도였겠지만 저렇게 멋
드러지게 걸려 있다니, 보기에도 좋고 그 기능도 완벽하고, 여러모로 센스 굳! 게다가 색도 조금
씩 달라서 더 멋스러움.
갑자기 무슨 행렬인가 했더니, 이제 막 결혼한듯한 신혼 부부의 행진이(?) 있었다. 나같으면 저
렇게 못할텐데, 뭐...구경하는 입장에서는 재미있었음.
드디어 제대로 보게 된 오도리이! 하지만 벌써부터 썰물이 시작됐는지라, 초콤 안타까웠다.T_T
마츠시마, 아마노하시다테와 함께 3대 절경에 꼽힌다는데, 가장 절정인 모습은 놓치고 이렇게
바닥을 드러낸 신사를 보고 있었다. 1박 2일의 한계다.
이츠쿠시마 신사에 도착.(입장료 300엔) 신사의 붉은 색이 너무나도 밝아서 그들의 부지런함에
초콤은 질렸다. 금각사의 그 빤딱거림과 거의 쌍벽이었달까. 가끔은 그대로 놔둬도 괜찮지 않을
까 싶더라.
593년에 세운 신사. 바다 위에 지은 일본 내 유일한 신사로 유명하댄다. 아마 만조일 때 저길 걸
어다녔다면 기분이 새로웠을텐데. 여러모로 아쉬웠음. 작년에 청송 주산지에 갔을 때도 어떻게
나무가 물속에서 안 썩을까 궁금했는데, 그건 여기서도 마찬가지였다. 네이버 지식인 찾아보면
그 이유가 나오겠지, 아마. ;;;
바닥을 드러낸 이츠쿠시마 신사. T_T 썰물을 더 지켜봤더라면 오도리이의 바닥도 봤을테고, 하
물며 그곳에서 걸어다닐 수도 있었을 것이다. 긍까 여기서 포인트☞ 붉은색의 긴 회랑만으론 안
된다는 분께선 썰물 시작 전에 가셔서 제대로 구경하시는 걸 춧헌합니다.
신사를 빠져나와 그 뒷길로 이동中. 센죠카쿠나 오층탑은 아래에서 슬쩍 구경했지, 직접 그곳까
지 가진 않았다. 그리고 근처에 모미지다니 공원이나 산책로도 있던데 역시 이것도 패스. 5시까
지 히로시마 역으로 돌아갈 계획이다보니 다른 구경은 생략했다. 뭐, 결론적으론 히로시마 시내
구경보다 이쪽이 훨씬 즐거웠다는 것으로. 음훼훼.
미야지마 곳곳에서 눈에 띄는 엔드리의 팬분들, 아놔. 수재 삼각군을 허리에 매단 저 분은 누구
신지, 나도 모르게 사진을 엄청 찍었더랬다.(이러다 끌려가지) 그리고 엔드릭스 져지를 입은 팬
도 발견. 다들 멋진 휀분들이십니다효. :-)
토크 때 쯔욧상이 말하길, 자신에게 악수를 청한 남자에게 '히로시마에서 좋은 관광지가 어디'인
지 물었더니 '없습니다'라는 대답을 바로 들었다고.아놔.T_T 히로시마 그렇게 굴욕인게야? 아니
그렇게까진 아닌거 같은데. 아놔. 쩔어.
암튼 미야지마를 둘러보고 나오니 3시가 훌쩍 넘었고, 근처에서 점저를 해결하고 그린 아리나로
이동할 생각을 했다.
유일하게 제대로 된 식사를 한 음식점 <우에노>. 사실 이것도 내가 찾은 건 아니고, D언니가 알
려줘서 찾아간 곳. 위치는 미야지마 역에서 선착장 가는 길 오른편에 있어서 찾기 매우 쉽다.(라
지만, 나와 B님은 피곤 상태여서 좀 헤매긴 했다. B님 왜 아무 말씀 없으셨어요?!) 긍까, 나카메
때는 제가 그런 거 아니었잖아요? T_T
식사 시간이 아닌데도 나름 인기 음식점이라서 대기 손님이 많았다. 그래서 저렇게 음료 냉장고
를 바라보며 우리 차례를 기다리는 중. 그리고 십여분이 지나 드뎌 우리 차례. 아아아,
맛도 담백하니 아주 만족스러웠음. 게다가 놀라울정도로 양이 많아서 라이브 가기 전에 아주 도
움되는 선택이었달까. T_T)b http://r.tabelog.com/hiroshima/rstdtl/34000065/
이제 슬슬 히로시마 역으로 돌아가야 할 때. 늦어도 6시까지 그린 아리나에 도착해야겠다 싶었
는데, 어째 훨씬 일찍 갈 것 같더라니. 아아, 그렇다고 현대 미술관에 가는 건 불가능하잖소. 그
냥 굿즈를 사고 천천히 보내는 수밖에.
히로시마 역 앞에서 우리가 탄 노면전차 6번. 이후 가미야초 니시 역에 내리니 그린 아리나는 금
방이더라. 우아.. 걸어가는 내내 얼마나 많은 엔드리 팬을 봤는지, 여기가 천국이구나 싶더라능.
27일 일요일 아침 : 요즘 일어나는 시간이 너무 정확해서, 6시 40분만 되면 자동으로 눈이 띄인
다. 그렇다보니 알람따위 필요없이, 그것도 일요일인데 기계처럼 일어나 앉았다능.;; 그러나 아
침 약속까진 두 시간이 남았는데, 달리 할 것도 없고해서 일단 호텔 주변을 걸어다니기로 했다.
역시 히로시마는 물이로군화. 이캄서 남들 조깅할 때 혼자 사진찍었음.
전날밤, 라이브를 보고 나와선 쵸쵸쵸쵸 벌닝. T_T 진짜 미친듯이 즐거웠다. T_T
그렇게 다니다가 나도 모르게 '이끌려' 간 곳은 근처 식품관. 뭐, 먹는 걸 엄청 즐기는 쪽이라서
이런 구경이 나에겐 즐거움이랄까.T_T 근데 왜 내가 찾는 음료는 죽어라 안 보이는지, 결국 그
건 포기, 다른 것들 몇가지를 사들고 나왔다.
이후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D 언니 曰 : 그래서 어디 갔다왔는데? / 본인 曰 : 지하 식품관이요.
그 이후 언니는 말이 없었다능. 아놔. ←하기야 나라도 그런 말에 리액션하기 미묘하긴 하겠다.
B 님과 아침을 먹고 리무진 버스를 기다리는 中. 미야지마에서 산 모미지만쥬와 곁들여 먹었는
데 그 달달함이 막 온 몸에 찌릿찌릿. 요즘엔 초컬릿, 녹차팥, 슈크림, 블루베리 등 다양하게 들
어간다는데 난 그냥 평-범-한 모미지만쥬를 선택했었다. 백야 님께도 드리고, 나중에 돌아와서
만난 K언니와 L에게도 하나씩 건내드렸음. '이거이거 라이브 토크 때도 등장한 소재'임을 강조
하며 들이댔다능.
아니, 히로시마 팬분들은 쯔욧상이 아직 이거 안 먹었다고 하니까, 막 난리도 아니었음. 자기가
사주겠다는 팬분들하며, 왜 안 먹었냐고 어찌나 서운해하는지, 그 부분에서 엄청 웃겼더랬다.
* 그래도 마지막에 페인트해서 뛸 때, 모미지만쥬 색을 이미지했다니까, 그 마음이 또 너무너무
달달한게지. 아아아아. 돔토상.♡
비록 1박 2일이라는 빠듯한 일정이라, 라이브도 한 번밖에 참전 못 했지만, 이만큼이나 즐거울
수 있을지 상상도 못 했음. 나에겐 12번째 엔드리케리 라이브, 그리고 두번째로 가장 좋았던 공
연. 어쨌든 어떠한 말로도 이 기분을 다 표현하진 못할테다.
이것으로, 히로시마 1박 2일 기록 포스트는 끄읕.
마찬가지. 지나간 라이브는 돌아오지 않는다.
스페이스 키스 무대까지 볼줄이야. T_T)b
